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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도

녹하지악 오름

녹하지악 오름에 가려면
네비에 레이크힐스 CC를 입력하고 가면 된다.

CC에 도착해서 계속 직진하다 보면
도로바닥에 진입금지 표시가 있다.

그곳 오른쪽 공터에 주차하고
진입금지 표시된 도로를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CC 주차장인지, 오름 진입로의 주차장인지 모르겠지만 충분한 공간이 있다.

 오른쪽에 CC 관리동이 있고,
1번홀로 가는 포장도로이기도 하다.

수십m 올라가면 사진과 같이
T자길이 나오는데 우측으로 들어서면 된다.

우측으로 들어서면 골프장 1번홀로 가는 도로인데,
삼나무 숲길이 도로를 뒤덮고 있다.

밤새 내린 비가 그친 줄 알았는데
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제주도의 따뜻한 기온과 녹색 초목들은
겨울을 잊게 하고
가을비 우산 속의 운치를 준다.

T자길에서 30m 걸어가면
왼쪽에 작은 표지판이 있다.

이게 진입로인가?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겠지!
좋은 진입로가 있을 거야!
이런 생각으로 지나쳐 갔다.

여기가 오름 진입로인데 말이다.

골프장의 그린이 펼쳐져 있고
1번 홀의 표시를 보고는...
저 왼쪽 오르막 길이 오름으로 가는 길이겠구나 생각했다.

가다보니 진입로는 보이지 않고
필드로 다시 이어진다.
라운딩을 온 것 같다.
내친김에 몇 홀을 걸어가 보았다.
이른 시간이라 라운딩하는 사람이 없어서
편안하게 골프장 뷰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아까 그 작은 간판이 입구였구나!
다시 걸음을 돌려 간판이 있는 곳으로 간다.

 골프장이 오름을 포위하듯이 둘러싸고 있다.

녹하지악 오름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모양이다.

골프장의 깔끔한 도로와 정갈하게 가꾸어진 필드와는 대조적이다.
오름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늘높이 뻗은 삼나무 숲속은 어둡기까지 하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찾는지
겨우 길의 흔적만 지워지지 않고 있다.

나뭇잎들이 산길을 덮고 있다.
깊은 숲에 들어온 기분이다.

숲을 빠져나오니 억새들이 반긴다.
사람들이 누빈 흔적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걸 알게 한다.

소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나온다.
키가 낮아진 나무들이
정상에 가까워진 것을 알려준다.

깊은 숲보다 더 정감 있는 길이다.

제주조릿대가 산길을 덮어
길이 보이지 않는다.
밤새 내린 비에 젖은 제주조릿대를
헤치고 나아가니 바지가 젖는다.
"여기서 돌아갈 수 없다."는
오기가 살짝 생긴다.

※ 제주조릿대는 높은 밀도로 군락을 이루어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자랄 틈을 주지 않는다.
이는 다른 식물의 영역을 잠식해 가기 때문에
식물의 다양성을 해친다고 한다.

통신시설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를 뚫고 범섬과 고근산이 보인다.

흐린 날이지만 사방이 넓게 보인다.

골프장을 걸은 것까지 포함해서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오름을 내려오니 빗줄기가 굵어졌다.

차 안에서 커피를 마신다.
비를 좋아하는 내겐
차 안의 아늑함이 행복한 시간이다.

차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운치를 더해준다.
나만의 보금자리다.

CBS 레인보우를 틀어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를 듣는다.

내리는 비를 보면서 볼륨을 높인다.